기사등록 : 2019.06.05 15:59

文케어·구직수당… 돈 얼마 드는지는 입 닫은 정부

['묻지마' 재정확대] 정책 쏟아내며 재원은 '모르쇠'

"시기별로 지원 대상 규모만 나와 있는데, 연도별 재원 소요는 어떻게 되나."(기자)

"대략적인 추계는 가능하겠지만, 성과를 평가해 결정하는 문제가 있어 재원 규모는 담지 않았다."(고용노동부 장관)

지난 3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다음 날 정부가 발표할 '구직촉진수당' 신설에 대한 언론 브리핑에서 내년 하반기 6개월치 5040억원 외에는 세금이 얼마나 들어갈지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저소득층과 폐업 자영업자들에게 최장 6개월간 50만원씩 현금을 지급하는 대규모 현금성 복지 정책인데 "앞으로 매년 얼마쯤 들지 계산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후에도 기자들이 정부 관계자에게 질문을 했지만, 답을 내놓지 않았다. 내년 7월 이후 반년치만 5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세금이 들어가는 사업인데, 2~3년 뒤의 예산 추정치를 내놓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재정 전문가들은 "정말로 계산해보지 않았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 액수를 공개하기 싫으니 변수가 많아서 계산이 어렵다고 둘러대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최영기 한림대 경영학부 객원교수는 "만약 정말로 필요한 정책이라면 돈이 많이 들더라도 국민 앞에 당당히 밝히고 동의를 구하는 게 올바른 자세"라고 말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현 정부 들어 당장의 정책 효과만 노리고 재정 건전성은 경시(輕視)하는 풍조가 만연한 것 같다"고 했다.

◇정부만 알고 국민에게는 숨기는 추정치

구직촉진수당에 대해 고용부와 일자리위원회가 언론에 배포한 보도 자료에는 2020년 35만명, 2021년 50만명, 2022년 60만명 등 수당 지급 대상이 가파르게 늘어난다는 자랑은 들어있었지만, 돈이 얼마 들어갈지에 대해서는 추정치조차 밝히지 않았다. '2020년 5040억원'이라는 숫자뿐이었다. 이 숫자도 7월부터 시행이라 반년치만 공개하면서 결과적으로 연간 금액은 발표하지도 않았다. 2021년 이후 예상치는 없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들은 입을 맞춘 듯 "모른다"고 했다.

정부가 내놓은 주요 정책 및 재원 그래픽

정부는 한 번도 시행하지 않은 제도이기 때문에 좀 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내년에 처음 시행한 뒤 대상자를 다시 정해야 하며, '2021년 50만명, 2022년 60만명'이라는 숫자도 목표치일 뿐 확실한 숫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수당을 받는 구직자가 조기에 취업에 성공할 수도 있는 등 변수가 많기 때문에 재원 추정치를 내놓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대책을 마련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얼마가 들지 추정치를 계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각종 시나리오가 있기 때문에 추산은 했지만, 내부 논의 과정에서 이를 발표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히 예산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 등이 재원 추정치를 공개하는 것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만약 추정치를 발표해버리면 예산을 짤 때 그 숫자에 얽매일 수 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대형 세금 살포 사업마다 금액은 '모르쇠'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다. 대선 공약인 공무원 17만명 증원 사안은 이들이 30년간 근무한다면 세금이 얼마나 들어갈지조차 "추산이 어렵다"고 밝히지 않았다. 지난 4월에는 정부가 건강보험 종합 계획을 통해서 2023년까지 41조원을 더 쓰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2023년까지 재정 전망만 하고 그 이후 기간에 대한 건보 재정 전망은 하지 못했다. 건보 적용 범위가 늘어났고, 고령 인구도 계속 늘고 있어 건보 재정 지출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재정 전망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복지부는 "장기 전망을 내놓기 위해서는 추계 모델을 마련하는 등 준비 절차가 필요해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지난달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하겠다고 밝힌 버스 '준공영제'도 마찬가지다. 주 52시간제 시행에 따라 경기도의 버스 기사들이 임금을 보전해달라며 파업을 결의하자, 당정은 세금을 투입해 적자분을 메우는 준공영제를 확대하는 대책을 급히 내놨다. 하지만 준공영제 시행에 따라 추가로 들어가는 예산에 대해 정부는 "용역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며 밝히지 않았다.

또 정부는 지난 2017년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사회 서비스 분야 일자리 34만개 등 총 81만개의 공공 부문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보고서에는 여기에 들어갈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전혀 나와 있지 않다. 이 밖에 지난해 정부는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북한 철도·도로 현대화 사업도 다음해 2951억원이 필요하다며 1년치 예산만 공개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06/201906060006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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