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0.07.20 14:25

“뭐하러 열었어”…잔혹극이 된 디즈니월드 재개장

[경향신문]
디즈니월드 홈페이지
미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다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와중인 지난 11일(현지시간) 재개장한 테마파크 디즈니월드가 연일 수난을 겪고 있다.

디즈니월드가 재개장 홍보용으로 만든 소셜미디어 영상에는 “호러(공포) 영화의 도입부 장면을 연상시킨다”는 조롱이 쏟아지는가 하면, 방문객에게 내린 ‘마스크 착용 지침’은 허점이 발견돼 부랴부랴 수정되기에 이르렀다. 디즈니 경영진은 대주주인 상속인으로부터 “이러고도 밤에 잠이 오느냐”는 힐난을 듣기도 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테마파크인 디즈니월드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있는데, 플로리다주는 최근 열흘 사이 일일 신규 감염자 수가 1만~1만5000명에 이르는 ‘세계 최대’ 코로나19 발병지라는 오명으로 불리고 있다. 결국 이 같은 상황에서 ‘경제논리’로 놀이공원 재개장을 감행한 것이 화근이었던 셈이다.

디즈니월드는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대응으로 지난 3월 폐쇄 조치를 내린 이후 최종 재개장 결정을 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논란이 일었다. 디즈니월드는 폐쇄 한 달 만인 지난 4월 전체 직원 7만7000명의 56%에 이르는 4만3000명을 일시에 해고하는 등 타격이 극심했지만, 무리하게 다시 개장할 경우 방문객과 직원 등의 감염이 폭증할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디즈니월드는 약 4개월의 휴지기를 거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니 트럼프’로 불리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경제활동 재개’ 강행 움직임에 편승해 지난 11일 문을 다시 열기에 이르렀다.

디즈니 측은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나름의 조치를 시행하긴 했다. 시간 예약 방문제를 실시하고, 매 시간 놀이기구를 소독하기로 하는가 하면, 미키마우스·신데렐라·스타워즈 병사 등 인기 캐릭터와의 악수·포옹 금지 등의 여러 ‘부대조건’들을 달고 일부 구역에 한정한 부분 개장을 우선 시행했다.

어렵사리 문을 연 만큼 디즈니월드는 재개장을 홍보하면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특별히 제작한 영상을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을 통해 미리 공개했다. 웅장한 배경음악과 화려한 놀이시설 곳곳을 훑는 카메라워크, 100% 마스크를 착용한 직원들의 꼼꼼한 방역 관리 장면 등이 홍보영상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아이들의 박수가 아니라 ‘조롱 패러디 영상’이었다.

디즈니월드 직원들이 영상에서 줄곧 외치는 “웰컴 홈(잘 다녀오셨습니까)”이 “스테이 앳 홈(집에 머무르세요)”으로 바뀌는가 하면, 마치 공포 영화의 예고편처럼 흑백으로 영상의 톤을 바꾼 영상 등 다양한 패러디물이 양산된 것이다.

‘제 정신으로 문을 다시 연 거냐’ ‘돈에 눈이 멀었다’는 등 비난 댓글이 쏟아지면서 디즈니 계정의 해당 유튜브 게시물에는 댓글달기를 아예 차단해버렸다.

‘웰컴 홈’이 주제인 디즈니월드의 원래 홍보 영상(왼쪽)과 ‘공포영화’의 음산한 분위기로 바꾼 패러디 영상(오른쪽)

디즈니월드는 재개장 이후에도 미처 예상치 못한 상황 탓에 방문객 감염 예방 지침을 긴급 변경하기도 했다.

20일 ‘월트디즈니월드 뉴스 투데이’에 따르면 디즈니월드는 최근 음식물 섭취 시에만 마스크를 벗을 수 있도록 규정한 방문객 지침을 변경했다. 마스크를 벗고 음식물을 섭취하는 것은 지정된 ‘스테이션’에서, 주변 사람과 1.8m(6 피트) 이상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상황에서만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앞서 디즈니월드는 ‘놀이공원 내부에서 2세 이상의 모든 방문객들은 얼굴 가리개(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한다’ 규정이 있다는 점을 들어 “놀이공원 내부가 바깥보다 특별히 더 위험할 이유가 없다”며 안전성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이는 놀이공원 방문객들이 주로 이동하는 도중에 군것질거리를 먹거나 음료수를 마신다는 점을 간과한 ‘수칙’이었다. 그러다보니 마스크를 턱에만 걸친다거나, 한쪽 귀에만 걸어 놓은 채 놀이공원 내부를 걸어다니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규정이 바뀌면서 디즈니월드 내부에서는 방문객들에게 ‘지침 위반’을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가 연신 울려댔다고 한다.

월트디즈니사 창업자의 상속인이 작심하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공동창업자인 로이 올리버 디즈니의 손녀인 애비게일 디즈니는 지난 16일 CNBC방송에 출연해 “디즈니월드 재개장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데도 이런 결정을 내린 경영진들이 밤에 잠이 올까 의아하다”고 말했다.

애비게일은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는 와중에 재개장을 결정해놓고 어떻게 고객과 직원을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어리둥절할 따름”이라면서 “특히 기저질환을 가진 직원들은 경영진의 재개장 결정을 매우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애비게일 디즈니는 평소에도 회사 경영진을 향한 ‘쓴소리’로 유명하다. 지난 4월 전체 디즈니사 직원 10만명이 일시 해고를 당했을 당시에도, 그는 “이런 와중에도 경영진·임원들은 배당금 15억 달러(약 1조8050억원)를 챙겨갔다”며 저임금 노동자부터 우선 자르고 보는 회사의 행태를 꼬집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worldometers.info)에 따르면, 논란의 디즈니월드가 위치해 있는 미국 플로리다주는 최근 환자 급증으로 누적 코로나19 확진자가 35만명을 넘어섰다. 플로리다주를 단일 국가라고 가정하면, 세계에서 일곱번째로 환자가 많은 나라가 된다. 코로나19 발원지 중국은 물론이거니와 멕시코나 스페인, 영국, 이란, 이탈리아보다도 환자가 많은 심각한 상황이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출처> https://news.naver.com/main/ranking/read.nhn?mid=etc&sid1=111&rankingType=popular_day&oid=032&aid=0003021829&date=20200720&type=1&rankingSeq=6&rankingSectionId=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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