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테스 형”
박 연주
테스 형! 지금 형 때문에 한국이 난리 난 거 알아요?
“너 자신을 알라”며 인간본질에 대한 의미를 깨우쳐 주던
형의 말을 새기며 살아온 60평생 중, 형으로 인해 이렇게
속 시원하고 가슴 설레본 적이 없었다오,
왜냐구요? 동생 훈아가 우리의 답답한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형을 애달피 부르며 찾았기 때문이라오.
오죽 살기가 힘들었으면 2500년 전에 하늘로 간 형을 찾았겠소만.
이 일로 인해 우린 지쳐있던 일상에서 마음을 녹이고
앞으로 가야 할 용기를 조금은 얻은 것 같다오,.
형! 어쨋던 고맙소 그려 허허~~~.
지난 추석, 나훈아는 공연 중에 “테스 형”을 절규하듯 불렀다.
우리사회가 너무 위축된 나머지 국민들을 대변하듯
애절하게 부른 것도 있었지만 가황의 신기는 때를 맞추었고
트로트의 공감 또한 대단하였다.
그 동안 국민들이 받은 스트레스를 녹여내는데 거침없이 쏟고 토해냈다.
무엇보다 “위정자들”을 언급하며 국민들 마음을 대변해준 말이나
가사 중간,중간에 나온 기독교적 질문과 사랑고백은
큰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였다.
특히, 신곡 “테스형”은 70대의 나훈아가 소크라테스을 형으로 호칭하면서
삶과 인생이 무엇이냐고 묻는 노랫말에서 테스형을 단순히
유희적 대상이 아니라 세상을 먼저 떠난 이를 무겁지 않게 대변하는
존재로 소환하였기에 그 울림이 더 컸다.
물론, 소크라테스에게 던진 질문으로 끝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그의 말에서 우리는 그가 전하고자 하는
숨은 메시지를 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선명한 정답만이 능사가 아니라
부정적 대답에서 역설적인 해답을 들을 수 있듯이
즉, “행간의 숨은 의미”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테스형 가사의 일부분을 보면 질문을 던지는 식으로 노래하였다.
누가 답변을 하면 가장 적당할까?
증권으로 대박 난 강남의 아재도 새벽부터 일하는 거리의 미화원도 아니다.
모든 국민들은 권력을 남용하는 고위층과 정치권에서
대답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해서다.
"세상 살기가 왜! 이리 힘드냐고~~~"
2500년 전 “너 자신을 알라” “악 법도 법이다”라고 하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던 철학자 소크라테스!!
그는 철학적 기초를 마련한 고대 그리스의 위대한 인물이다.
자연에 관한 생각에 머물렀던 당시 철학의 초점을 인간중심으로 옮겼고,
“너 자신을 알라”는 질문으로 인간본질에 대한 탐구에 집중했다.
그는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신들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사형을 선고 받고 독배를 마시고 죽었다.
그는 군중에게 영합하지 않았으며, 죽음으로써
자신의 신념을 지킨 위대한 철학자이다.
그런 그가 요즈음 화자(話者)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세상이 왜 이렇게 힘든지? 사랑은 또 왜 이렇게 어려운지?,
그 이유 좀 알려 달라고 나훈아가 하소연했기 때문이다.
자신을 알고 적을 알아도 백전백승하기 힘든 이 세상에서
조국을 떠나 이국 땅에서 사는 나 역시 하루하루가 버겁다.
마음 터놓고 속내를 내비칠 사람 하나 없고,
팍팍한 이민생활을 허실한 웃음에 묻으며 오늘을 살지만
내일은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사실 두렵다.
“코로나는 왜 빨리 가지 않는지? 달라는 왜 이렇게 뛰는지?
경제는 언제 회복 될런지?” 미래 또한 캄캄하다.
이런 시국에 주눅 들지 않고 자신감 있게 테스형를 소환시켜
한층 위축된 국민뿐만 아니라
해외에 사는 교민들 마음까지 풀어준 그가 고맙다.
그리고, 노래는 잘하지만 머리는 좋지 않은 "딴따라"라는
대중의 고정관념을 확 깨버린 수준 높은 공연에서
나훈아의 모습을 새롭게 각인시켜 준 특별한 순간 이였다.
솔직히, 나는 나훈아를 좋아하지 않았다.
여자 문제도 그렇지만 막무가내인 듯한 그의 행동과
또, 겸손하지 못한 그의 무대 매너 때문에 비 호감이었다.
하지만 이번 공연으로 생각이 바꿨다.
열정의 사나이, 국민과 소통하는 사나이, 소신의 사나이로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마음이 흔들렸다.
삶과 죽음 그리고 인과의 법칙에 대한 깊은 성찰을
74세란 나이가 무색하리만치 열정적이고 감동적으로 표현해 준
그가 다시 한 번 고맙게 느껴졌다.
테스 형을 불러들인 그는 과연, 가황(歌皇)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