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09 08:16

" 추어 탕" 박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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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어 탕"

                                                  박 연주

 

친한 이웃사촌으로부터 식사 초대를 받았다.
그 것도 식당이 아닌 정성껏 준비한 집에서다.
고마운 마음에 집을 방문하여 도란도란 사는 이야기 꽃을 피우는
사이 맛있는 음식이 나왔다.

여러 가지 반찬에 나온 메뉴는 바로 추어탕 이였다.

얼마나 반갑던지? 정말 맛있게 먹었다.
갓 지은 하얀 쌀밥에 달짝지근한 시래기 하나 올려 걸쭉한 국물과 함께
떠먹은 추어탕은 이민 와서 처음으로 먹어본 고향의 그 맛 이였다.
입안 가득 퍼지는 뜨끈하고 달콤한 맛은 어릴 적 고향을 생각나게 하였고

우리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황소에 달구지 매어 논밭 매러 가던 

시골 마을로 향하였다.
촌에서 자란 나는 추어탕을 많이 먹고 자랐다.
먹을 것이 별로 없던 시골이다 보니 강이나 갯가 아니면 산이나 밭에서

먹을꺼리을 많이 보충하였다.
특히, 밭에서 나는 감자와 고구마 그리고 콩은 우리의 주된 간식거리였고

뒷 마당 감나무에서 열리는 홍시와 김장철 배추뿌리와 갓 뽑은 싱싱한 무우는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의 간식이다.
앞에는 오봉 산, 뒤로는 수리 못이라는 저수지가 있고
 그 강을 휘감아 돌아가면서 만들어 낸 고향 들판은

예로부터 많은 물고기들의 보금자리이기도 했다.

강 상류에 만들어진 보(洑)에서 흘러온 강물은 실 핏줄처럼 나있는 수로를 통해

벼를 심은 논 구석구석까지 시원한 물줄기를 공급하였으니까.
수로를 따라 물 속에서는 어린아이 키만큼 자란 물 풀들이 물결 따라 일렁이고

그 사이로 가물치, 메기, 미꾸라지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다녔다.
거기다 수면 위에서는 소금쟁이들이 물에 빠지지 않으려는 듯

기다란 다리를 분주히 움직이며 성큼성큼 걸어 다니곤 했다.

가을이 되어 벼가 익기 시작하여 농 수로에 물이 끊기면

수로바닥의 조그만 웅덩이에는 온갖 종류의 물고기들이 모여든다.
그 곳에는 진흙을 뒤집어 쓴 미꾸라지들도 한자리를 차지하는데

이를 놓칠세라! 우리 셋째 오빠는 대나무 통발을 가지고

미꾸라지를 잡기 위해 밤 잠을 설쳐가며 기다리기도 했다.
밤새 댄 통발 속에는 미꾸라지뿐 아니라 메기나 붕어등 다른 잡어들도 더러 걸려 들었다.

처음에는 미끌미끌한 미꾸라지를 보고 징그럽다고 도망가기도 했지만

오빠를 따라 갯가를 따라다니다 보니 선 머슴애처럼 차츰 익숙해져 갔다.
내가 추어탕을 처음 먹어 본 시기는 아마 초등학생 정도가 됐을 때이다.
오빠가 잡아 온 고기를 엄마는 다라이에 담아 소금을 뿌리는데

흰 거품을 내며 뒤집어지는 미꾸라지는 어린 눈에도 징그러웠다.
왜! 소금을 뿌리느냐고? 호기심에 물으면 엄마는

귀찮게 하지 말고 나가라고 손을 내 저었다.
미꾸라지에 소금을 뿌려 뚜껑을 덮어두면 서로 비벼서 거품과 해감을 토하는데,

이것을 거품이 안 날 때까지 여러 번 씻은 후 폭 고아내어

국을 끓인다는 것은 나중에야 알았다.
찬바람이 부는 가을철에 추어탕은 특히 맛있다.
가을에 통통해지고 영양도 맛도 그만이라 예로부터 가을의 물고기라

불렸으니까. 게다가 탕에 들어가는 시래기는 다른 계절과 달리 유독 달작지근 한 맛을 내기에 가을 추어탕은 진하고 달콤한 맛이 더 난단다.
그러고 보면 미꾸라지를 부르는 ‘추어 (鰍魚)”라는 말도

수확 후 가을에 많이 먹는다고 해서 붙여졌다는 설도 있다.

한자 “미꾸라지 추(鰍)”는 물고기 “어(魚)”자와 가을 “추(秋)”자가 합쳐져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아직 가을도 이르고 또 아쉽게도 이 곳에선 고향의 그 진 맛은 느낄 수 없지만

그나마 장어로 대체해서 추어탕을 끓이는 이 지혜는

우리 해외 교민 아니고서는 어떻게 생각해 낼 수 있었을까?

과연, 대단한 민족이구나를 새삼 느끼며 옛날 오빠 따라 다녔던 그 냇가와

강 둑, 시골길 함께 걷던 나의 꼬마 친구들!
고향의 그 길은 정겨운 노래들로 시냇물 따라 흐르는데

이순(耳順)을 넘긴 나는 먼 이국 땅 이 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잠시 생각에 잠겨 보았다..
초가지붕 굴뚝연기 내는 부엌에 걸린 아궁이는 이젠 추억의 뒤편에 밀려

향수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어린 시절의 추억은 우리의 밥상 위에서 나비처럼 춤추면서

이웃과 함께한 오붓한 식사는 정(情)불을 지피며

고향의 진달래 꽃을 활짝 피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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