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18.05.31 12:04

신흥국 6월 위기설, 이미 터진 폭탄 아르헨티나

경제 체질 개선 하지 않고 저금리 환상에 기댄 탓

WSJ “마크리의 ‘점진주의’ 개혁 골든 타임 놓쳐”

14일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국제통화기금에 구제금융을 요청한 가운데 이에 반발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AFP 연합뉴스

<편집자주: 미국 통화당국이 금리 인상을 시작하면서 저금리 환상에 기대고 있던 신흥국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는 이미 신흥국들의 ‘6월 위기설’이 확산되고 있다. 신흥국들의 파탄이 도미노처럼 이어진다면 글로벌 경제 위기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6월 위기설’의 진앙지인 아르헨티나, 터키, 인도네시아 실태를 차례로 짚어 본다.>

아르헨티나는 이미 국가 부도위기를 선언했다. 지난 8일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2014년 디폴트를 선언하고 돈을 빌린 지 4년 만에 또 다시 IMF에 손을 벌린 것이다. 마크리 대통령은 “우리가 역사적으로 경험했던 과거와 같은 위기를 피하고, 우리의 성장 전략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대국민 호소에 나섰지만,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느끼는 좌절감과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아르헨티나가 공식적으로 어느 정도의 구제금융을 신청했는지 밝히진 않았지만 현지 언론들은 300억 달러(32조2,000억 원) 규모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15년 12월 중도 우파 성향의 정권 창출에 성공한 마크리 대통령은 취임 일성으로 아르헨티나 경제의 정상화를 약속했다. 그러나 과감한 개혁보다 속도조절론을 폈다. 이른바 마크리 식의 ‘점진주의’였다. 아르헨티나를 12년 간 운영했던 키르츠네르ㆍ페르난데스 좌파 정권의 복지 정책을 한꺼번에 도려내기엔 국민들의 저항을 감당할 수 없어서다.

대신 외채를 끌어들여 경제 부흥을 모색했다. 국제 투자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고금리 단기채권 발행에 나선 것이다. 달러가 저평가된 시기였기에 금리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은 아르헨티나로 쏠렸다. IMF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대외부채는 2015년 1,789억달러(약 192조2,280억원)에서 2018년 2,029억달러(약 218조566억원)로 크게 늘었다.

문제는 미국의 금리정책이 바뀌면서 이런 부채의존 구조가 더 이상 지탱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글로벌 투자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아르헨티나 경제는 속절없이 붕괴됐다. 페소화 가치는 연초 대비 30% 폭락했고,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24%를 기록하는 등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약 5조원이 넘는 보유 외환을 쏟아 페소화를 사들이고 기준 금리를 40%까지 끌어 올렸지만 역부족이었다. 한때 아르헨티나 경제의 구세주였던 외채는 파멸의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미국이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는 상황에서 외채 이자 상환 부담은 더 늘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제위기 재발 원인을 마크리 대통령의 ‘점진주의 개혁’에서 찾았다. 경제체질을 바꾸려면 욕을 먹더라도 정부 보조금 삭감 등 충격 요법을 밀어 붙여야 했는데, 몸을 사렸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의 연금제도 축소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 야당이 주도한 공공요금 동결 법안 등도 문제로 분석됐다.

WSJ는 ‘한때 북적이던 식당을 손님이 끊겨 문닫게 생겼다’는 식당 여주인(마리사 아르셀라)의 사례를 인용, 마크리 대통령이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바람에 서민들의 민생고가 심해지고, 또 다시 국가부도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출처> http://www.hankookilbo.com/v/39d964dde9e54c759a6b63162904923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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