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18.04.11 09:41

권오길의 괴짜 생물 이야기 _무균 세상을 꿈꾸면 안 되는 이유

In 건강

세균 따위의 미생물들은 사람의 피부에서만 지천으로 있어 기승을 부리는 게 아니다. 치아나 침, 위, 소장, 대장 등 구석구석에서 엄청나게 득실거리고 있다. 입안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세균이 마냥 서식하니 거짓말 좀 보태서 '당신의 입안은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원생동물의 집이요, 정글'이라고 해도 무방하리라. 안팎 모두가 온통 세균 덩어리라, 이를테면 손을 서로 맞잡는 것도 미생물 교환이고, 입맞춤 또한 마찬가지다.

 

미생물은 거지반 세균으로 600여 종이나 되며 침 1밀리리터에 1,000여 마리가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들이 일부를 빼고는 이로우면 이롭지 해롭지는 않다. 일부 문제 세균이 있으니 잇몸이나 충치의 원인 세균인 뮤탄스(Streptococcusmutans) 무리들도 그중 하나인데 이것들은 포도당을 발효시켜 젖산 등의 여러 유기산을 만들어 이[齒]를 녹여 구멍을 낸다. 뿐만 아니라 치아에는 심지어 원생동물인 치은아메바(Entamoeba gingivalis)까지 버젓이 주렁주렁 달라붙어 스멀스멀 기어 다닌다. 눈에 안 보여서 망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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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은 미생물의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침에는 약 1000여 마리의 세균이 들어 있다. 또한 소장 점액 1밀리리터엔 10만 마리의 세균을 볼 수 있다.

 

위(胃)로 내려가 보면 거기엔 아주 강한 위산 탓에 침이나 음식에 묻어들어 간 미생물들이 거의 다 죽는다. 허나 위벽을 파고들어 가 멀쩡하게 사는 놈이 있으니 말썽꾸리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라는 세균이다. 그 녀석이 강한 염산에 타 죽지 않고 살아남는 것은 요소(urea)를 분해하여 이산화탄소와 암모니아를 생성하는데 이 알칼리성인 암모니아가 염산을 중화시키는 탓이다.

 

위에서 사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위산이 분비되는데도 견딜 수 있는 것은 알칼리성인 암모니아를 만들어 위산을 중화시키기 때문이다.

 

헬리코박터는 위염이나 위궤양, 위암, 십이지장궤양을 일으키는 세균으로 몸체(길이 3마이크로미터, 지름 0.5마이크로미터)보다 훨씬 더 긴 나선상의 4~6개의 편모를 가져 운동성이 매우 강하다고 한다. 학명의 속명 헬리코박터(Helicobacter)는 '꼬불꼬불한 세균'이란 뜻이며, 위 아래 유문(날문, pylorus)에 주로 살기에 파일로리(pylori)라는 종명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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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아온 미생물은 어느 것이나 숙주와 적응하여 말썽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 보통인데 녀석들이 별나게도 병원균 행세를 하는 영문은 무엇일까? 이것은 개인의 체질에 따라 해로울 수도 유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것에 감염된 80퍼센트 이상의 사람들이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것으로 보아 오히려 '위 생태'에 중요한 몫을 할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미국 뉴욕 의대의 블레이저 박사는 '숙주와 공생' 이론을 펴면서, 상식적으로 약 58,000년 전 아프리카에서 인류가 전 세계로 이동을 시작할 때부터 인간의 위에서 살아온 세균이 하루아침에 고스란히 사라지는데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되레 이상한 일이요, 보균율이 10퍼센트 미만인 미국에서는 궤양이나 위암이 줄어든 대신 역류성 식도염과 식도암이 도리어 늘었고, 어린이 비만과 당뇨병 등이 턱없이 증가했으며, 식욕 억제 호르몬에 영향을 미쳐 비만을 유발하고, 유아천식, 피부병 등이 늘었다고 주장한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정작 막돼먹은 해롭기만 한 병원균은 아닐 것이라는 점만은 확실하다.

 

그런가 하면 소장 점액 1밀리리터에 10만 마리의 세균이 살고 있고,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초식동물들처럼 일부 분해되지 않는 탄수화물을 세균들이 분해하여 소장이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 안에는 가히 천문학적인 500여 종의 세균이 수두룩이 살고 있는데 그중 99퍼센트는 30~40종이 차지하고 건강 상태나 나이 정도, 먹는 음식에 따라서 종과 양이 달라진다.

 

걸쭉한 대장액 1밀리리터에 10억 마리 이상의 대장균이 산다니 누가 뭐래도 대장은 세균의 별천지다. 거기에 서식하는 대장균을 무게로 환산하면 약 1.5킬로그램이 되고, 대변의 60퍼센트(건조 중량)가 바로 대장균이라 한다. 아뿔싸, 똥 덩이가 온전히 세균 덩어리인 셈이다!

 

하기야 세상에 공짜는 없다. 대장균은 덜 분해된 영양분을 발효시키면서 얻은 에너지로 살아가는데 숙주인 사람에게는 면역성을 높여 주고, 창자상피의 세포 분열을 촉진하며, 해로운 세균을 조절(억제)하고, 비오틴(biotin)이나 비타민 K와 같은 것을 만들고, 지방을 저장하는 호르몬을 합성해 주면서 상생한다. 결코 꼽사리 끼어 사는 천대 받을 생물이 아니다. 99퍼센트는 혐기성 세균이며, 우리가 마시는 요구르트에 들어 있는 유산균들은 대장의 세균들 중에서 유난히 이로운 것을 순수 분리하여 대량 배양한 것이다.

 

대장에서 서식하는 대장균을 무게로 환산하면 무려 1.5킬로그램이나 된다. 이 대장균은 비타민 K를 합성하고 사람의 면역력을 높여 주는 등 이로운 일을 많이 한다.

 

세균끼리도 언제나 다툼이 있다. 그래서 유익한 세균에 힘을 실어 주느라 요구르트나 김치, 고추장, 물김치 등을 먹어서 유산균을 보충해 주는 것이다. 대장 속의 유익한 세균들이 기세등등하여 평화(균형)를 유지하면 큰창자는 건강해진다. 항생제를 오랫동안 잔뜩 쓰고 나면 마침내 설사를 하고 마는 것도 이런 균형이 깨져 버렸기 때문이다. 이렇듯 은근히 이 세상을 쥐락펴락 하는 것은 단연 미생물들이다. 인생사가 그렇듯 어디 감히 '무균 세상'에서 살려 하는가. 어림없다.

 

 

<출처>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3436693&cid=58467&categoryId=58467&expCategoryId=58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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