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18.04.03 14:23

권오길의 괴짜 생물 이야기 _지저분해야 건강에 좋다?

In 건강

사람의 몸은 많게는 200여 가지의 조직이 얽히고설켜 여러 꼴의 기관을 만든다. 그중에서 피부라는 기관은 여러 자극을 느낄뿐더러 수분 증발, 병원균의 침투를 막는다. 대략 2제곱미터가 되는 사람 피부에는 1,000여 종의 세균(박테리아)이 부글거리며 그 세균을 모두 헤아리면 10에 12승, 약 1조 마리나 되고, 내장에 사는 세균, 곰팡이, 원생동물 따위를 모두 합치면 100조 개인 사람 세포의 10배는 너끈히 넘는다.

 

물론 안팎의 이것들은 거의가 유익한 '공생 미생물'이요, 우리의 살갗 스스로도 카텔리시딘(cathelicidin)을 분비하여 유해한 피부 미생물의 번식을 억제하는데, 끈질긴 아토피(atopy)도 바로 이 카텔리시딘이 제대로 합성하지 않을 때 생긴다. 피부 세균의 90퍼센트는 실험실에서 잘 자라지 않기에 연구가 많이 늦어졌지만 다행히도 근래에 와서는 DNA를 분석하여 종을 감별하기에 연구 속도가 아주 빨라졌다고 한다.

 

예전에 가르치던 학생에게 목욕은 몸을 청결하게 할뿐더러 피돌기를 빠르게 하여 피로 회복에 좋다고 했더니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한 녀석이 손을 벌떡 치켜들고는 "선생님, 목욕을 하고 나니 더 피곤하던데요" 하고 뜬금없는(?) 화살을 날린 적이 있다. 그땐 그럴 만도 했다. '때밀이 아저씨'들이 재미를 봤던 시절로, 너나 할 것 없이 한 달에 두세 번 목욕탕에 가서 '이태리타월'인가 하는 까칠까칠한 수건으로 묵은 때를 정갈하게 씻는답시고 한바탕 빡빡 문지르고 나면 맥이 탁 풀리고 힘이 쭉 빠졌다.

 

그 여린 살갗을 말이다. 정말이지 무지몽매한 일이었다. 그래도 그건 우리 유년기 때에 비하면 약과다. 늦가을에서 이듬해 늦봄까지 목욕은 고사하고 머리를 감지도 못 하니 두상은 온통 '까치집'이었고, 엄동설한에 제사라도 올리려 치면 간신히 소죽솥에 물을 데워 슬쩍 끼얹어 목욕재계라고 했다.

 

그런데 이 고집불통인 미개인(?)은 아직도 옛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여름에는 3~4일에, 겨울엔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머리를 감는다. 샤워를 해도 되도록이면 겨드랑이나 사타구니같이 체모가 많은 곳이나 손가락, 발가락 사이에만 비누칠을 하며 얼굴은 물로만 씻는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으레 아침마다 머리를 감고 전신에는 비누 칠갑을 한다. 분명 이 늙은이가 영 모자란다면 젊은이들은 한참 넘친다.

 

우리는 누가 뭐래도 미생물과 더불어 살지 않을 수 없는 운명이다. 숲은 더불어 이뤄진다고, 우리 살갗에는 세균 등의 여러 미생물들이 삶의 터전으로 삼고 바글바글 득실거리니 한마디로 '열대 우림 생태계'를 빼닮은 '피부 생태계'를 이룬다.

 

이들 미물은 까탈을 부리는 병원성 미생물 몇을 제외하고는 죄다 착하기에 굳이 미물(美物)이라 불러도 좋을 듯하다. 그러나 피부 면역력이 떨어지면 세균은 털구멍(모낭)에 여드름을, 곰팡이는 발과 머리에 무좀과 비듬을 일게 한다.

 

우리 피부 중에서도 콧구멍이나 콧등 옆, 귓바퀴 아래, 등, 손가락이나 발가락 사이 등에 세균이 많다.

 

세균은 피부 생태계 중에도 기름기가 반지르르 흐르는 콧구멍, 콧등 옆, 귓바퀴 아래, 등짝과 땀이 나서 늘 습기가 차는 손가락, 발가락 사이나 겨드랑이에 많다. 몸에 땀이 나면 어느새 세균들이 염분과 아미노산, 지방산, 젖산이 든, 원래는 냄새가 전혀 없는 무취한 땀을 아미노산이나 프로피온산(propionic acid), 이소발레르산(isovaleric acid) 등으로 분해하면서 번식하니 그 결과, 퀴퀴하고 신 내를 풍기게 된다. 그러나 땀에 든 젖산(lactic acid)이나 세균들 탓에 피부가 약산성(pH 4~4.5)을 띠어 해로운 세균이 발을 붙이지 못한다.

 

땀 냄새는 피부의 세균들이 염분과 아미노산, 지방산, 젖산 등으로 이뤄진 땀을 아미노산이나 프로피온산, 이소발레르산 등으로 분해하면서 생겨난 것이다.

 

조금 덧붙이자면, 여러 미생물들은 피부 면역계를 자극하여 피부 건강을 돕는다. 일례로 피부에 사는 포도구균(Staphylococcus epidermidis)은 박테리오신(bacteriocin)을 만들어 다른 세균을 죽이니 일종의 항생 물질인 셈이다. 실제로 우리가 쓰는 항생제들도 세균이나 곰팡이가 분비한 항생 물질로 이이제이(以夷制夷)라, 오랑캐로 오랑캐를 무찌르는 꼴이다. 한마디로 피부 생태계의 미생물들도 끼리끼리 밀림 생태계처럼 '먹이와 공간'을 두고 약육강식의 정글 법칙으로 죽기 살기로 싸운다.

2018-04-03 14;23;22.JPG

흔히 '때'라 부르는 15~20층의 각질세포가 모인 각질층은 기름기(지질)가 감싸고 있는 중요한 피부 보호 장치인데 비누칠에 그만 녹아 버린다. 뿐만 아니라 수건으로 싹싹 문지르면 세균은 물론이고 까딱 잘못하면 생살까지 벗겨 버린다. 그래서 옛날에 목욕탕에 다녀오면 가슴팍이나 빗장뼈(쇄골)를 비롯하여 여기저기가 따끔거렸다.

 

이렇게 토박이 공생 세균을 홀랑 날려 버리면 이때다 하고 다른 병원균이 잽싸게 피부를 공격한다. 그러고 보면 애오라지 목욕은 자주 않는 것이 좋고, 몸을 씻더라도 아예 비누를 쓰지 않는 것이 옳다. 아토피 같은 피부병은 살갗을 너무 청결히 한 탓에 생기므로 어릴 때부터 흙도 뒤집어써서 살갗의 저항력을 키워 주는 것이 백 번 옳다. 그리하여 나는 학생들에게 "제발 자식을 지저분하게 키우시게나" 하고 늘 신신당부하는 얼간이 선생이다.

 

때를 너무 세게 미는 것은 피부의 보호층을 벗겨 내버리는 것과 같아서 건강에 좋지 않다. 피부 위의 공생 세균이 사라지면 다른 병원균에 감염되기 쉽다.

 

<출처>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3436692&categoryId=58467&cid=58467


Extra Form

  1. 슈퍼푸드 이야기] 슈퍼 강장제~ 아쉬와간다를 아세요?

    현대인은 삶속에서 건강을 위협하는 많은 문제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오염된 공기와 물 그리고 수많은 화학물질을 나도 모르게 섭취하고 접하고 있다. 여기에 긴장과 스트레스로 인한 여러 가지 건강상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데 긴장과 스트레스로 인한 문...
    Category요리
    Read More
  2. 아르헨티나 에너지 개발의 중심, Neuquén주 방문기

    - Neuquén 주는 아르헨티나 에너지 개발계획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 - - Vaca Muerta를 중심으로 셰일자원에 관심이 집중되나, Neuquen주의 풍력 및 수력 프로젝트도 상당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 □ 부에노스아이레스 무역관에서는 2월 20일 Neuqu...
    Category패션/경제
    Read More
  3. 권오길의 괴짜 생물 이야기 _지저분해야 건강에 좋다?

    사람의 몸은 많게는 200여 가지의 조직이 얽히고설켜 여러 꼴의 기관을 만든다. 그중에서 피부라는 기관은 여러 자극을 느낄뿐더러 수분 증발, 병원균의 침투를 막는다. 대략 2제곱미터가 되는 사람 피부에는 1,000여 종의 세균(박테리아)이 부글거리며 그 세...
    Category건강
    Read More
  4. '시간제한 다이어트' 해볼까…"언제 먹느냐가 핵심"

    24시간 생체리듬에 행동경제학 '넛지' 이론 접목 '파트타임 다이어트·간헐적 단식'도 먹는 시간 조절로 효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사람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자전주기인 24시간에 맞춰 정확히 신체 내 생체시계를 맞춘다. ...
    Category기타
    Read More
  5. 간염에서 간암까지… 간을 닮은 비트로 건강요리 3가지

    간암은 한국인에게 불명예를 주는 암이다. OECD국가들 중 간암 사망률이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간암은 유난히 B형 바이러스성 간염과 관련이 깊다. 간염에서 간경화, 간암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70% 이상이다. 이러한 연결고리를 끊는 데는 식용식...
    Category요리
    Read More
  6. 90년대 올드스쿨 패션의 귀환! 디앤도트 2018 가을/겨울 컬렉션

    디자이너 박환성이 이끄는 디앤도트 2018 F/W 서울패션위크 컬렉션은 90년대 영국의 올드스쿨 힙합 아티스트 ‘런던 포시’와 동시대 한국의 아티스트 현진영의 '흐린 기억속의 그대'에서 영감을 받은 90년대 올드스쿨 패션을 선보였다. 디...
    Category패션/경제
    Read More
  7. 고혈압 낮추고 심혈관 쫄깃하게~ 귤껍질로 만든 건강요리 3가지

    고혈압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이유는 동맥경화이고, 동맥경화는 다름 아닌 음식에서 온다. 인간이 만든 혈압약에 비해 인류가 수십만 년 동안 먹어 왔던 식물과 열매에는 혈압약과 거의 같은 작용을 하는 생화학물질이 밝혀진 식물만도 40여 가지가 넘는다. ...
    Category요리
    Read More
  8. 권오길의 괴짜 생물이야기_보호해야 할 위치에 이른 회충

    지금으로부터 한참 전인 대학교 3학년 때 '기생충학'을 들었다. 그러고 보니 그 과목을 가르쳐 주셨던 이주식 선생님께서 얼마 전 아흔셋에 별세하셨다. 최기철 선생님, 김준민 선생님에 이어 줄줄이 세상을 달리하셨으니 이제 대학 은사님이 한 분도 ...
    Category건강
    Read More
  9. "보행 속도 느리면 치매 위험 신호일 수도"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보행속도가 느린 노인은 다른 사람에 비해 알츠하이머 치매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루스 해키트 행동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노화 종단연구(Longitudinal Study...
    Category기타
    Read More
  10. "3개월간 10억 벌었지만… 아직 돈 구경 못했어요"

    © 조선일보 "3개월간 10억 벌었지만… 아직 돈 구경 못했어요" 정현(22)은 호주 오픈 4강 진출에 성공하는 등 다섯 대회 연속 8강 진출을 이뤄냈다. 직전 대회인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BNP 파리바오픈에 이어 21일 개막하는 마이애미 오픈에서도 시드(19번...
    Category기타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52 Next
/ 5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