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18.03.24 09:23

권오길의 괴짜 생물이야기_보호해야 할 위치에 이른 회충

In 건강

지금으로부터 한참 전인 대학교 3학년 때 '기생충학'을 들었다. 그러고 보니 그 과목을 가르쳐 주셨던 이주식 선생님께서 얼마 전 아흔셋에 별세하셨다. 최기철 선생님, 김준민 선생님에 이어 줄줄이 세상을 달리하셨으니 이제 대학 은사님이 한 분도 안 계신다.

 

세상에 섬길 분이 없는 것보다 더 서럽고 안타까운 일이 없다는데······. 결국 내 차례가 이제 코앞으로 다가온 모양이다. 그런데 그 시절만 해도 우리나라는 '기생충 천국'이었고, 암울하고 참담했던 시절이라 한 사람이 십이지장충, 편충, 요충 등 한두 가지 기생충에 걸려 시달리기 일쑤였다.

 

허참, 돌이켜보면 세월이 너무 빠르다. 세는 나이로 올해 마흔네 살이나 된 큰 딸내미가 중학생 때의 일이다. 그날따라 일찍 집에 와서 나무 손질을 하고 있었는데, 초인종 소리가 들리기에 달려가 대문을 열어 주었더니 녀석이 다녀왔다는 인사도 없이 후닥닥, 짜증난 얼굴로 방으로 내달려 버린다. 무단히 주눅이 든 나는 전전긍긍 딸의 눈치를 살폈다.

 

한참을 구슬리고 달래고 나서야 제풀에 오늘 나 때문에 창피를 당했다고 정색을 한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식이요, 청천벽력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리라. 알고 보니 뿔나고 열 받을 만하다. 종례 시간에 선생님이 딸애를 보고 회충 쓰리플러스(+++)라고 했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온통 까르르 배꼽을 쥐고 웃어 제쳤고······.

 

요새는 회충 감염률이 0.05퍼센트에 지나지 않아 '대변 검사'라는 것이 없어져 되레 기생충 보호를 부르짖어야 할 판이지만 그때만 해도 학교에선 봄가을에 거르지 않고 대변 검사를 했다. 콩알보다 큰 대변을 작은 비닐봉지에 담아 실로 창창 매고, 다시 종이 봉지에 넣고는 풀로 봉한 뒤 학교에 내면, 기생충 박멸 협회에서 대변 검사를 하고, 기생충이 있는 사람에겐 산토닌(santonin) 같은 구충제를 먹였다.

 

구충제로 쓰이는 산토닌은 국화과 식물에서 추출되는 세스퀴테르펜이란 물질로 만들어진다. 이것은 백색의 결정성 분말로 맛이나 냄새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앞서 말한 문제의 불씨는 다음에 있었다. 이른 아침에 학교에 가느라 그만 대변 준비를 하지 못한 딸이 급한 김에 때마침 내 것이라도 달라 해서 덥석 가져갔던 것이다. 망신살이 뻗칠지도 모르고 말이다. 결국 쓰리플러스는 나의 대변 검사 결과였다. 그래도 그만하면 약과요, 양반이다.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시절, 협회에서 통보해 온 결과를 살펴보니 몇 녀석 이름 옆에 숫제 '개똥', '된장'이라 쓰여 있었던 적도 있었다.

 

선형동물인 희뿌연 회충을 보통 거위 또는 거시라 부르는데, 학명은 'Ascaris lumbricoides'로 Ascaris는 '창자 속의 벌레'란 뜻이고 lumbricoides는 '지렁이 꼴'이란 뜻이다. 대체로 기생충치고 한살이가 그렇게 복잡 다단하지 않은 것이 없으니 그 까닭을 알 길이 없다. '똥이 금'이었던 시절이라, 회충 알이 거친 풋것들에 묻어 들어와 소장에 다다라 껍데기를 깨고, 애벌레는 소장 벽을 뚫고 들어가 정맥→문맥→간→간정맥→심장→폐→기관→후두(기관 입구)→인두(식도 입구)→식도→위까지 몸 구석구석을 휘젓고 나서 드디어 소장에 정착한다.

 

2018032402.JPG

 

회충은 기생충 중에서 큰 축에 든다. 자웅이체로 암놈이 20~35센티미터로 좀 더 크고, 수놈의 꼬리 끄트머리에 뾰족한 뜨개질바늘 코를 닮은 날카로운 생식기가 있다. 저런, 빌붙어 먹는 주제에 짝짓기까지 한다. 그런데 이놈들이 생식 시기가 되면 암수가 한곳으로 와글와글 모여들어 옥신각신, 아옹다옹 얽히고설키어 커다란 덩어리(mating ball)를 지우고 이것이 창자를 세게 눌러 배앓이를 하니 이를 '횟배(거위배)'라 한다.

 

회충은 기생충 중에서는 비교적 큰 편에 속해 암컷이 20~35센티미터쯤 된다. 회충의 수컷에는 끝에 생식기가 달려 있고 이것으로 짝짓기를 한다.

 

그때 그 시절엔 안팎으로 기생충에게 시달렸으니, 체내 기생충도 한 가지가 아니고 여럿에 걸린 경우가 허다했다. 그래서 가끔은 소장에 머물러 있던 놈이 어쩌다 십이지장을 지나 위(胃)에 올랐다가, 강산인 위액에 놀라 식도로 치고 올라오기도 했다. 지금도 세계 어느 구석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기생충에는 원충류, 충류, 흡충류, 조충류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이중에서 회충은 충류를 대표하는 기생충이다.

 

그런데 요새 와선 기생충을 배 속에 키워서 몸무게를 빼는 사람도 있다니, 세상이 옛날과 같질 않다! 예전에 은사께서 나중에 박물관에서나 촌충을 보게 될 거라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이윽고 기생충도 지구에서 곧 살아지고 말 것임을 예견하셨던 은사의 선견지명에 새삼 감탄하면서 나도 몰래 어느새 고개가 숙여진다.

 

2018032401.JPG

 

<출처>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3436691&cid=58467&categoryId=58467&expCategoryId=58467


Extra Form

  1. 고혈압 낮추고 심혈관 쫄깃하게~ 귤껍질로 만든 건강요리 3가지

    고혈압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이유는 동맥경화이고, 동맥경화는 다름 아닌 음식에서 온다. 인간이 만든 혈압약에 비해 인류가 수십만 년 동안 먹어 왔던 식물과 열매에는 혈압약과 거의 같은 작용을 하는 생화학물질이 밝혀진 식물만도 40여 가지가 넘는다. ...
    Category요리
    Read More
  2. 권오길의 괴짜 생물이야기_보호해야 할 위치에 이른 회충

    지금으로부터 한참 전인 대학교 3학년 때 '기생충학'을 들었다. 그러고 보니 그 과목을 가르쳐 주셨던 이주식 선생님께서 얼마 전 아흔셋에 별세하셨다. 최기철 선생님, 김준민 선생님에 이어 줄줄이 세상을 달리하셨으니 이제 대학 은사님이 한 분도 ...
    Category건강
    Read More
  3. "보행 속도 느리면 치매 위험 신호일 수도"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보행속도가 느린 노인은 다른 사람에 비해 알츠하이머 치매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루스 해키트 행동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노화 종단연구(Longitudinal Study...
    Category기타
    Read More
  4. "3개월간 10억 벌었지만… 아직 돈 구경 못했어요"

    © 조선일보 "3개월간 10억 벌었지만… 아직 돈 구경 못했어요" 정현(22)은 호주 오픈 4강 진출에 성공하는 등 다섯 대회 연속 8강 진출을 이뤄냈다. 직전 대회인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BNP 파리바오픈에 이어 21일 개막하는 마이애미 오픈에서도 시드(19번...
    Category기타
    Read More
  5. 혹시 나도… 미네랄 결핍증 “어떡해?”

    영양이 넘쳐나는 시대다. 많은 사람들이 많이 먹고 배부르게 먹는다. 서양의 음식문화가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고기도 엄청나게 먹어 댄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 고기가 없으면 밥을 안 먹는다는 볼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어른들의 식습관 변화가...
    Category요리
    Read More
  6. "여수 밤바다서 세계 최대 해상 분수쇼 감상하세요"

    '빅오쇼' 31일 개막…11월 17일까지 진행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해양수산부와 2012여수세계박람회재단은 세계 최대 규모의 해상 분수 쇼인 '빅오쇼'(Big-O Show)가 오는 31일부터 11월 17일까지 여수박람회장에서 펼쳐진다고 1...
    Category기타
    Read More
  7. 2018 가을/겨울 4대 패션위크 웨어러블 트렌드 키워드 8

    뉴욕에서 시작되어 런던과 밀라노, 파리를 거친 2018 가을/겨울 4대 패션위크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스트리트 친화적인 코트, 레오파드 프린트, 시어링,격자무늬 등 4대 컬렉션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웨어러블 트렌드 키워드 8가지를 소개한다. 지난 2월 초...
    Category패션/경제
    Read More
  8. 권오길의 괴짜 생물이야기_나무를 옮겨 심고 막걸리를 붓는 이유

    비목에 수액이 흐르고 석불에 피가 흐른다는 새봄이 오면 "봄물에 방개 기어나듯 한다"고 뭇 벌레들이 잠에서 깨고 스멀거리며 나온다. "봄볕에 그을리면 보던 임도 못 알아본다"고, 겨우내 여려진 살갗에 센 봄 햇살을 받는 날에는 얼굴이 반들반들 새까매지...
    Category건강
    Read More
  9. 엘레강스 로맨티시즘, 2018 가을/겨울 발렌티노 컬렉션

    발렌티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가 주도한 2018 가을/겨울 발렌티노 컬렉션은 플라워를 모티브로 로맨틱함과 우아함이 공존하는 순간들을 꾸띄르적인 기법으로 풀어냈다.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가 주도한 2018 가을/겨울 발렌티노 컬렉...
    Category패션/경제
    Read More
  10. 날마다 효소 식사법 실천은 이렇게~

    2014년 모 채널에서 효소에 대해 방송한 일이 있었다. 효소라고 불리는 물질에 효소가 없다는 것이 주 요지였다. 이후 산야초효소 등 각종 명칭이 달린 물질에 대해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설탕을 촉매로 발효시킨 이 음식은 효소가 아니라 설탕물이라는 ...
    Category요리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52 Next
/ 5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