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간 10억 벌었지만… 아직 돈 구경 못했어요"

정현(22)은 호주 오픈 4강 진출에 성공하는 등 다섯 대회 연속 8강 진출을 이뤄냈다. 직전 대회인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BNP 파리바오픈에 이어 21일 개막하는 마이애미 오픈에서도 시드(19번)를 받고 2회전(64강)부터 경기를 시작하게 됐다. BNP 파리바 오픈과 마이애미 오픈은 모두 4대 그랜드슬램 다음 등급인 마스터스 1000시리즈 대회다. 이런 대회에서 시드를 받았다는 건 정현이 세계 정상급 선수 대열에 합류했다는 증거다.
 

그야말로 승승장구하는 정현을 19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마이애미에 입성한 정현이 오전 1시간, 오후 1시간 훈련을 마친 뒤였다. 이날 정현은 아시아 절대 강자 니시코리 게이(33위·일본)를 제치고 아시아 톱 랭커(23위)가 됐다.

정현은 뛰어난 스트로크와 빠른 풋워크를 내세워 상대가 질릴 정도로 베이스라인에서 굳건히 버티는 게 강점이다. 정현의 인터뷰 스타일도 마찬가지였다. 어린 나이에 이렇게 크게 주목받으면 우쭐할 만도 하지만 정현은 말을 아끼고 또 아꼈다. 그를 인터뷰하는 내내 '철벽 수비' '애늙은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잘나가는' 정현에게 물었다. "올 시즌 목표가 바뀌었나요?" 마치 기다렸다는 듯 답이 돌아왔다. "그대로입니다. 부상 없이 시즌 마치는 게 목표입니다." 빨리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BNP 파리바 오픈 8강전에서 지긴 했지만 세계 최강 페더러를 상대로 선전했어요. 이제 누구를 만나도 주눅 들지 않겠어요?"

정현은 역시나 베이스라인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톱 선수들은 제각기 강점이 있어요. 페더러와 싸워봤다고 다른 선수들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고 그런 거 없습니다. 정상급 선수들을 만나서 제가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페더러는 정말 상황 상황에 맞게 빠르게 대처하더라고요. 다음에 또 만나면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정현은 BNP 파리바 오픈 8강 진출로 16만7195달러(약 1억8000만원)를 받아 올해 누적 상금 10억원을 돌파(94만5741달러·약 10억800만원)했다. 시즌 시작 3개월이 안 돼 번 돈이다. 하지만 정현은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10억원 구경도 못 해봤어요(정현은 이때 처음 웃었다). 상금은 현금으로 딱 주는 게 아니라 통장으로 넣어줘요. 그런데 그 통장, 엄마가 관리해요."

정현은 '팀 정현'을 꾸리고 있다. 정상급 선수들은 코치, 피지컬 코치, 연습 때 상대가 돼주는 히팅 파트너, 전문 마사지사 등 5~6명을 투어에 대동한다. 정현은 네빌 고드윈(남아공) 코치에 더해 BNP 파리바 오픈부터 시범적으로 이탈리아 출신 피지컬 코치와 동행하고 있다고 했다. 정현은 "새 코치진과 함께하면서 부족했던 서브를 교정했다"며 "무엇보다 코트 안팎에서 즐겁게 하려는 마음가짐을 갖게 된 게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정현을 향해 "곧 그랜드슬램 우승이 가능한 실력" "세계 1위가 더 이상 헛된 꿈이 아니다" 등의 기대와 찬사가 쏟아진다. 하지만 그가 가장 듣기 좋아하는 말은 따로 있었다. "정현 선수 덕분에 테니스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답답함으로 시작됐던 정현 인터뷰는 확신으로 끝났다. 소리 없이 사라진 숱한 유망주 잔혹사 목록에 정현은 포함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었다.

 

<출처> http://www.msn.com/ko-kr/sports/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