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18.03.12 05:48

권오길의 괴짜 생물이야기_나무를 옮겨 심고 막걸리를 붓는 이유

In 건강

비목에 수액이 흐르고 석불에 피가 흐른다는 새봄이 오면 "봄물에 방개 기어나듯 한다"고 뭇 벌레들이 잠에서 깨고 스멀거리며 나온다. "봄볕에 그을리면 보던 임도 못 알아본다"고, 겨우내 여려진 살갗에 센 봄 햇살을 받는 날에는 얼굴이 반들반들 새까매지면서 나른하게 봄을 탄다.

 

무릇 흙이란 지구의 바위 껍데기가 긴긴 세월 풍화작용으로 자디잔 가루로 부스러진 것이다. 흙은 땅이요, 토양이요, 대지라 했다. 이 흙에다 우리의 먹잇감인 식물(食物)을 주는 식물(植物)이 뿌리를 내린다. 뭐니 뭐니 해도 흙에는 여러 생물들이 아우르며 살고 있어서 그들끼리 먹이사슬과 서로 얽히고설킨 먹이그물을 이룬다.

 

그것들을 통틀어 '토양 생태계'라 부른다. 정녕 거목 하나가 짙고 깊은 숲을 이룰 수는 없는 법이다. 토양 생태계를 구성하는 생물에는 단세포생물인 세균, 곰팡이와 원생동물과 같은 토양 미생물과 더 고등한 선형동물(선충류), 땅강아지나 개미 따위의 소형 절지동물에다 환형동물인 지렁이, 두더지 같은 포유동물들이 뒤섞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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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말할 필요 없이 그들의 서식처가 흙이다. 그런데 이것들이 깃들여 사는 자리는 보통 10~15센티미터의 겉흙 즉, 표토로 곡식이 뿌리를 내리는 곳이며, 실은 거기가 바로 곧 흙의 속살인 셈이다. 밭 흙을 갈아 뒤엎어 놓고 한 발짝 살짝 뒤로 물러나 물끄러미 쳐다보라. 일견하여, 촉촉하게 물기 밴 보들보들한 소녀의 살갗 같은 흙색에 눈이 휘둥그레질 것이다. 애석하게도 그 느낌은 필설로 다 못 한다.

 

토양 생태계에는 토양 미생물을 비롯하여 선형동물, 소형 절지동물, 환형동물에 포유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들이 분포한다.

 

큰 나무를 옮기고 나면 보통은 막걸리를 챙겨 놨다가 이내 한가득 뿌려 준다. 나무를 옮겨 심고 막걸리를 듬뿍 부어 주는 것은 당연히 나무에게 알코올 먹이느라 그러는 것이 아니다. 원뿌리며 곁뿌리 다 잃은 거목 녀석이 술에 꽉 취해 뒤뚱뒤뚱 술주정이라도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실은 토양 미생물들이 막걸리를 먹고 무럭무럭 살찌라고 그러는 것이다.

 

이런 유익한 미생물의 번식이 식물의 뿌리 건강에는 말할 수 없이 중요하다. 도통 옮기느라 마구잡이로 잘려 생채기 나고 곪은 뿌리를 낫게 해 주는 일도 이들 토양 미생물들의 몫이다. 이렇게 세상엔 고마운 세균들이 대부분이고 해로운 것은 몇 안 되니 세균을 너무 꺼려하거나 미워 업신여기지 말아야 한다.

 

기름진 흙에는 수많은 미생물들이 살아서 물에 녹지 않는 불용성인 무기영양소를 잘 풀리게 하여(이를 이온화라 한다) 흡수를 거들어 주니 그것들이 없거나 적은 흙에서는 식물이 자리지 못한다. 거꾸로 식물의 뿌리는 여러 가지 달콤한 유기영양소를 토양 미생물들에게 주어서 키우느라 애쓴다. 아니?

 

식물이 세균을 키운다고? 어리둥절하겠지만 사실이다. 그래서 뿌리 근방에는 다른 흙보다 50퍼센트나 더 많은 토양 세균들이 득실득실 꾄다고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이렇게 식물과 토양 미생물들은 서로 '주고받기(공생)'한다. 기막힌 상생이다!

 

식물의 뿌리 주위에는 다른 곳보다 50퍼센트나 많은 토양 세균들이 분포한다. 식물의 뿌리는 여러 유기 영양소를 내보내 이들 미생물들을 키운다.

 

토양 세균 중에는 식물의 도움을 받아 사는 녀석들도 있지만 보통은 흙에 들어 있는 유기물을 분해하여서 산다. 산다는 말은 번식한다는 말이다. 흙의 유기물을 분해하거나 토양 미생물이 죽어 분해하면서 내놓는 냄새가 바로 흙냄새(토향)라 하는데 이 냄새를 지오스민(geosmin)이라고 하며, 흙냄새를 나게 만드는 원인 물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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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의 후각은 이것에 매우 민감한데, 사람에겐 해가 없고 휘발성이 강한 물질이다. 고춧대나 옥수숫대 같은 밭곡식을 줄기째 뽑거나 흙을 갈고 뒤적거릴 적에 맡는 고소한 향, 무더운 여름날 갑자기 한줄기 내린 소나기 뒤에 풍기는 비릿함, 또는 시골 흙길에서 나는 흙냄새, 붕어나 잉어 따위의 민물고기에서 나는 독특한 흙냄새가 모두 지오스민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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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가끔 수돗물에서 나는 흙냄새의 원인도 되니, 날씨가 덥고 가물면서 녹조가 발생하면 부산물로 생겨나기도 한다. 수돗물에서 나는 흙냄새는 정수 과정에서 활성탄을 사용해 제거할 수 있으며, 100도의 물에서 3분 정도 끓이면 없어진다.

 

땅에서 나는 특유의 흙냄새는 지오스민 때문이다. 지오스민은 시아노박테리아 같은 미생물이 만들어 내는 물질로 인간에겐 해가 없고 휘발성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사람도 다름이 없어서 속이 가득 찬 사람은 풋풋한 사람 냄새를 풍긴다. 떡 하니 쳐다보면 대뜸 뭔가 끌리고, 가까이 하고 싶은 그런 사람이 여러 사람을 아우르는 인향(人香)이 푹 배인 사람이다. 반면 글에서 풍기는 향기를 문향(文香)이라 하던가.

 

어쨌든 농사를 누워서 떡 먹기로 생각했다간 큰코다친다. 농사는 과학이요, 예술이라 했다. 게다가 나무를 키워 봐야 사람 가르치는 법을 터득한다. 곡식 키우기도 딱히 다르지 않으니 키움과 가르침은 마냥 기다리는 것이요, 절대로 드잡이하고 닦달한다고 되지 않는다. 어린 새싹의 목을 조급히 잡아 늘인다고 크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기다림은 꿈이요, 바람이며 참기 힘든 갈망인 법이다.

 

<출처>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3436690&cid=58467&categoryId=58467&expCategoryId=58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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