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18.02.28 11:33

권오길의 괴짜 생물이야기_금실 좋은 부부, 뿌리혹박테리아와 콩과 식물

In 건강

누가 뭐라 해도 흙은 살아 있는 생명체다. 흙에는 생명의 숨결이 넘실거린다. "땅에 씨앗을 심는 것은 사람의 성적 행동과 유사하다"고 어떤 이가 말했는데 맞는 말이다. 자궁에 정자를 뿌리는 것과 흙에 씨앗을 심는 것이 똑같이 닮았다. 분명 우주의 섭리를 가득 안은 씨알의 자궁이 흙이다. 우리의 생명을 담보하는 흙과 식물, 그들은 정녕 우리의 어머니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식물(plant)은 양분을 만드는 공장(plant)이다. 하여 'plant is plant'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흙에서 나고 흙으로 간다. 생명의 시작이면서 끝이 흙이다. 내가 낙지(落地)한 곳이 흙이요, 입지(入地)할 곳 또한 흙이다. 함소입지(含笑入地)란 말이 있으니, 미소를 머금으면서 죽는다는 뜻이다. 한데, 죽음이 가까워지면 흙냄새가 고소해진다고 하던가.

 

고소한 땅내를 실컷 맡고 허허 웃으며 죽으리라. 게다가 흙은 우리에게 '썩힘'과 '발효'를 가르쳐 준다. 흙에 묻히면 부패, 발효하여 기름진 거름으로 바뀌지 않는 것이 없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도 세월이 지나면 잊히고 만다는 것을 흙은 알려 준다.

 

그런데 콩과 식물과 뿌리혹박테리아와의 공생 관계는 여러모로 특이하다. 콩과 식물에는 땅콩, 팥, 토끼풀, 아까시나무, 싸리나무, 등나무, 칡 등이 있다. 이들 식물 뿌리에 들어온 뿌리혹세균(근류박테리아, Rhizobium spp.)들은 숙주 식물에서 제공받은 영양분으로 살아가면서 공기 중의 유리질소(공기의 80퍼센트임)를 고정하여 그것을 숙주에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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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콩과 식물이 뿌리혹세균(질소고정세균)을 안아 보듬기 위해서 뿌리털에 실낱같은 필라멘트를 슬며시 뻗어 내고, 그 끝에다 세균의 필라멘트가 들어올 수 있게끔 작은 구멍을 내어 둔다. 뿌리혹세균들은 그것을 엿보고 있다가 얼른 필라멘트, 즉 균사를 뿌리털 안으로 뻗어 넣어 잽싸게 서로 달라붙는다. 이를 융합이라 하는데, 일단 세균이 안에 들어오고 나면 전광석화, 재빨리 뿌리털 끝의 문을 찰칵 닫아 버린다.

 

뿌리혹세균은 이제 삶터를 마련했으니 번식하는 일만 남았다. 그런데 식물과 세균 사이에는 서로를 알리고 알아내는, 그들만의 신호 물질이 있어서 정해진 식물에 짝꿍 세균만이 들어가는 종 특이성이 있다. 즉, 땅콩과 싸리나무에 사는 뿌리혹세균이 같은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런 것을 '우주 같은 인연'이라 하는 것이리라.

 

콩과 식물은 뿌리혹세균과 공생하기 위해 가느다란 필라멘트를 슬며시 뻗어내고 거기에 '구멍'을 만들어 둔다.

 

일단 뿌리에 들어가 자리를 잡은 세균은 재빠르게 늘어나게 되고 그 결과 뿌리에 큰 뿌리혹이 만들어진다. 이들 세균은 뿌리에서 받은 전자로 공기 중의 유리질소를 붙잡고, 니트로게나아제(nitrogenase)란 효소가 식물이 바로 쓸 수 있는 암모늄이나 유기질소로 전환시키니 이것이 질소 고정이다. 이런 엄청난 일은 오직 뿌리혹세균만이 해낸다. 이렇게 서로 없이 못 사는 뿌리혹세균과 콩과 식물과의 관계야 말로 금실 좋은 부부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뿌리혹세균은 효소를 이용하여 유리질소를 유기질소로 전환시킨다. 뿌리혹세균과 식물 사이에는 서로를 알아차리는 신호 물질이 있어서 정해진 짝이 항상 존재한다.

 

정말 유별난 능력을 소지한 뿌리혹세균이 아닐 수 없다. 콩과 식물의 뿌리는 공중에 널려 있는 질소를 고정하는 커다란 비료 공장인 셈이다. 비싼 돈을 들여서 이들의 흉내를 내고 있는 것이 바로 화학 비료 공장에서 만들어 내는 질소 비료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이 세균의 '질소 고정 유전 인자'를 떡 하니 벼나 밀 등의 곡식에 집어넣어 스스로 질소를 고정하게 만드는 식물을 연구 중이다. 정말이지 신통한 일이다.

 

뿌리혹세균을 이용하는 콩과 식물에는 땅콩, 팥, 토끼풀, 싸리나무, 칡 등이 있다. 과학자들은 벼나 밀 같은 곡식에도 뿌리혹세균을 정착시키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일일부작일일불식(一日不作一日不食)이라고 일하지 않으면 그날은 먹지 말라는 말도 있지만 흙일은 대지와의 접촉으로 본능적인 일이다. 맞다, 정녕 나의 텃밭은 나의 수도장이다. 운력해 좋고, 흙냄새를 실컷 맡고 흙살을 한껏 뒤집어써서 심성정(心性情)까지 부드럽고 맑게 한다.

 

늙어 게으름은 죽음에 이르는 길이다. 놀면 녹슨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또한 젊어서 흘리지 않은 기름땀은 늙어서 피눈물이 되고, 춘불경종추후회(春不耕種秋後悔)라고 봄에 씨를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후회하게 된다는 말도 있다. 이러니 "밭에 가면 염불이 필요 없다"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할 수밖에 없다. 한사코 밭에 살리라.

 

<출처>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3436689&cid=58467&categoryId=58467&expCategoryId=58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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