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17.08.09 00:55

권오길의 괴짜 생물이야기_악귀를 쫓는 천연 방부제, 고추

In 건강

어린 꼬마 남자의 그것을 흔히들 '고추'라 한다. 민간에서는 장을 담근 뒤 독 속에 붉은 고추를 넣고, 아들을 낳으면 왼새끼 금줄에다 빨간 고추와 솔가지, 댓잎, 숯을 꽂아 악귀를 쫓을뿐더러 불결한 사람들이 함부로 드나드는 것을 삼갔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도 있다. 몸은 작아도 힘이 세거나 성질이 모질고 일을 옹골차게 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여느 생물이나 사람이나 모두 보상, 즉 한 가지가 모자란다 싶으면 다른 것에 뛰어난 점이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고추는 남아메리카 볼리비아가 원산지로 열대 지방에서는 여러해살이풀(다년초)이다. 학명은 Capsicumannuum인데 속명 Capsicum은 그리스어의 kapto(맵다)에서 유래했고(다른 설에 따르면 라틴어에서 상자를 뜻하는 capsa에서 연유했다고도 한다) 종명인 annuum은 '한 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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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는 쌍떡잎식물, 가지과 식물로 식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감자, 토마토, 가지, 담배들이 여기에 속하는데, 그것들은 꽃이 서로 닮아 있다. 즉, 비슷한 것들끼리는 생식기가 유사하다. 동물에서도 같은 종은 생식기의 구조가 같아서 궁합을 맞추어 후사를 본다.

 

고추는 가지과 식물로 원래는 풀이 아니라 나무다. 우리가 흔히 식재료로 사용하는 감자, 토마토, 가지 등이 모두 고추와 같은 가지과 식물이다.

 

5월 초 밭에 300여 그루의 가녀린 고추모를 신명 나게 심고 나면 내 허리가 아니다. 그러고 나도 뒤치다꺼리가 남았다. 고춧대에 버팀목을 대 주고, 밑동에 난 곁순을 치고, 잔뜩 비료를 주면 뭉실뭉실 커서 6월이면 Y 자로 나뉜 방앗다리 가지 사이에 접시처럼 생긴 흰 꽃이 한 개씩 열리기 시작한다. 녹색인 꽃받침은 끝이 5개로 얕게 갈라지고, 꽃잎은 타원형으로 5개이며, 길쭉한 암술 1개에 수술 5개가 가운데로 모여 달린다.

 

풋고추 하나에 들어 있는 비타민 C는 귤의 4배나 된다고 한다. 가을도 되기 전에 푸른 풋고추는 늙어(익어) 가면서 새빨간 물고추가 되는데 그것은 캡산틴(capsanthin) 색소가 생겨난 탓이다. 그리고 고추가 매운맛(실은 맛이 아니고 통각의 일종이지만)을 내는 것은 캡사이신(capsaicin, 고추의 속명인 Capsicum에서 따옴)이란 물질 때문이다.

 

얼마나 맵기에 옛날 어른들이 고초(苦草)라고 했겠는가. 고추는 끝보다는 줄기 쪽이 더 맵다. 물론 그 매운 맛은 고추가 다른 세균이나 곰팡이 같은 미생물이나 곤충에게 먹히지 않기 위해 만들어 놓은 자기 방어 물질이다. 때문에 알고 보면 고추, 후추, 겨자 따위는 모두 천연 방부제다.

 

고추가 특유의 매운맛을 내는 것은 그 안에 담긴 캡사이신 때문이다. 사실 캡사이신은 고추가 다른 미생물이나 곤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만든 방어 물질이다.

 

근데 어디 거친 땅 푸서리에 잘 사는 놈 있나. 고추는 고온성 작물로, 땅이 걸고 물이 잘 빠지는 곳에서 잘 자라고, 반드시 윤작(輪作)을 해야 한다. 거저 얻는 것은 없다. 곡진한 보살핌이 있어야 하니, 곡식은 주인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하지 않는가.

 

한국의 여러 고추 품종 중에서는 '청양고추'가 가장 유명하다. 참고로 청양고추의 청양은 충청도 청양이 아니고, 유명한 고추 산지인 경북의 '청송과 영양'의 첫 자를 딴 것이라 한다. 맵지 않은 고추도 근방에 매운 청양이 있으면 꽃가루가 옮겨 붙어 매워지고 만다. 고추의 경우 70퍼센트는 타가수분, 30퍼센트는 자가수분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세계적으로 고추의 종 수는 25종이 넘고, 우리가 주로 먹는 것만도 마니따, 부광, 다다익선 같은 보통 고추 품종 이외에 꽈리고추, 피망, 피망을 개량한 파프리카 등 여럿이 있다. 고추는 원래 풀이 아니고 나무다. 이 땅에 심은 고추는 서리만 내리면 얼어 죽지만 열대 지방에서는 나무로 잘 자란다.

 

고추는 70퍼센트는 타가수분, 나머지 30퍼센트는 자가수분한다. 그래서 맵지 않은 품종의 고추도 주변에 매운 고추가 있으면 꽃가루가 옮겨 붙어 맵게 변한다.

 

사실 우리는 고추 없이는 못 산다. 밥상을 온통 고춧가루로 버무려 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고추를 따다 햇볕에 말려 마른 고추를 얻고, 그것을 가루 낸 고춧가루는 중요한 김장 재료로 쓰인다. 깍두기, 나물에도 온통 고춧가루 범벅이다. 그리고 고추장! 그뿐인가. 짭조름한 고추 장아찌에다 매콤한 고추씨 기름도 내장탕 같은 데에 넣어 먹는다.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말린 고춧잎과 무말랭이를 섞어 무쳐 먹고, 풋 잎은 쪄서 나물로 만들어 먹으며, 풋고추는 조려서 반찬으로 한다. 옛날에 우리는 한여름 점심으로 노상 곱삶이 보리밥을 찬물에 말고 풋고추를 막된장에 찍어 먹었다. 서리가 내릴 기미가 보이면 서둘러 끝 고추를 따서 배를 두세 갈래로 짜개 밀가루 옷을 입힌 다음 쪄서 가을 햇살에 거덕거덕 말렸다가 기름에 따글따글 볶아 고추 부각을 해 먹기도 했다.

 

익은 고추 하나에 들어 있는 씨알을 헤아려 보니 새빨간 고추 주머니에 노란 동전이 145개나 들어 있다. 녀석, 참 옹골차다! 고추나무 중에서 큰 축에 드는 놈 앞에 펄썩 퍼지고 앉아서 허리를 구부리고 고개를 치켜떠 고추를 낱낱이 헤아린다. 어림잡아 한 그루에 70~80개가 달려 있다.

 

과연 고추씨 하나를 심어서 몇 개의 새끼 씨를 얻는단 말인가. 계산하면, 145 곱하기 75는 10,875개, 정말 다산이다! 녀석들은, 다른 곡식들도 그렇지만 자식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해마다, 철철이 사람들이 정성들여 심어 씨를 받아 주니까. 그렇잖은가? 그러니 왼새끼 인(人)줄에 고추를 끼운 뜻도 알만하다!

 

<출처>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3436667&cid=58467&categoryId=58467&expCategoryId=58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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